[시크뉴스 안예랑 기자] “이번에 인터뷰 하면서 너무 좋았어요. 사적인 질문보다는 캐릭터에 대한 질문을 많이 해주시더라고요” 

인터뷰가 끝난 전혜진의 표정은 정말 밝았다. 배우 이천희와 결혼했고, 8년이라는 긴 시간동안 대중은 그를 배우가 아닌 누군가의 아내로 기억했다. 타인의 평가와 호칭이 어찌됐든 전혜진은 배우였다. 대중이 그의 연기를 지켜보지 않는 동안에도 꾸준히 연기했고, 그 안에서 연기에 대한 재미를 찾아갔다. ‘누군가의 아내’가 아닌 ‘배우’가 그의 이름 앞에 붙었을 때 전혜진은 환하게 미소 지었다.  

지난 달 종영한 tvN 드라마 ‘마더’는 엄마가 될 수 없다고 생각됐던 강수진(이보영)이 학대 받는 아이 윤복(허율)을 만나 진정한 모녀로 거듭나는 이야기를 그렸다. ‘마더’에는 모녀 관계가 다채롭게 그려졌고, 전혜진은 극에서 강수진의 동생 이진을 연기했다. 최근 시크뉴스와 만난 전혜진은 드라마와 캐릭터, 연기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줬다.

“‘마더’가 시작되기 전 기사로 접했던 수많은 아이들이 다 ‘윤복’이었죠. 어떤 아이들은 정말 불행한 결말로 세상에 알려지기도 했고, 그런 사건을 접했을 때 ‘연기자가 사회적 문제를 연기로 표현했을 때 사람들이 모든 윤복이에게 관심을 가질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마더’에 출연한 배우들의 마음은 모두 같았다. 아동학대라는 사회적 문제를 더 많은 사람이 알기를. 전혜진 또한 같은 마음으로 이번 작품에 참여했다. 아동 학대를 다루는 작품이라는 것을 알고 참여했지만 그렇다고 힘듦이 덜어지는 건 아니었다.  

‘마더’는 다양한 모습의 엄마와 딸을 그렸다. 전혜진이 연기한 이진은 차영신(이혜영)의 둘째 딸이자 일찍이 집을 나간 언니 강수진의 빈자리를 채우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인물이었다. 그는 항상 엄마를 최우선으로 생각했고, 강수진이 윤복이를 유괴했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에도 엄마와 자신에게 올 피해를 걱정하며 격렬한 거부감을 드러냈다. 이 때문에 캐릭터 자체에 대한 반응은 냉담하기도 했다. 

“이진 캐릭터에 대한 반응이 속상하지는 않았어요. 사실 이진 캐릭터에 대해서는 엄마에게 딸로 남고 싶은 마음에서 접근했어요. 엄마에게 사랑을 갈구하는. 본인도 남편과 아이가 있지만 딸과 엄마의 관계에 더 집중하는 캐릭터라고 생각했어요. 엄마가 너무 좋고, 언니가 떠나 있는 빈자리를 채우려고 노력했고, 그런 과정이 좋기만 하기보다 버거웠고. 그래도 기꺼이 감당하는 아이고. 엄마에게 느끼는 애틋함을 많이 생각했어요. 하다못해 윤복이 또한 (학대를 가했던) 친엄마가 행복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잖아요. 보통 그렇게 하기 힘들지만. 그런 부분에 초점을 맞추면 많은 분들이 공감을 해주실 것 같았어요. 그런데 윤복이 입장에서 드라마를 보다보면 이진이가 강수진과 윤복이의 방해 요소가 되긴 했죠(웃음)”

언니의 빈자리까지 채우는 버거운 시간 속에서도 이진을 지탱해 준 것은 입양딸인 강수진과 달리 자신의 차영신의 친딸이라는 사실이었다. 그러나 잘난 언니와 자신을 동등한 위치에 올려놓을 수 있던 이진의 견고한 세계에도 금이 갔다. 극 후반 이진은 자신 또한 차영신이 입양한 아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고, 분노했다. 

“그 장면에 대한 암시가 얼핏 있긴 했어요. 회차가 지날수록 이진이 친딸이 아닐 수 있다는 생각을 했죠. 어떻게 보면 혈육을 따지는 게 이진이한테는 엄마가 나를 ‘그래도’ 사랑할 것이라는 유일한 끈인데, 그게 무너졌을 때의 감정이 너무 아팠어요. 이진이를 연기하면서 단순히 화가 난다는 감정이 아니라 ‘지금까지 지켜오려고 노력했던 것은 무엇일까’ 같은 복합적인 감정이 많이 들었어요. 그럼에도 엄마는 나를 부족함 없이 사랑해줬으니까 이진이답게 본인 감정을 다스리고 돌아오잖아요. 식구들은 아마 다 알지 않았을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진이가 다시 와서 늘 있던 자리에 있어줄 거라는 걸. (다시 돌아온 뒤) 일상적인 대사가 너무 좋았어요. ‘음식 해놓으면 빨리 와 따듯할 때 먹게’ 이런 게 이진이만의 사랑 표현이었죠”

극 중 이진이가 엄마 차영신에게 짝사랑에 가까운 헌신과 사랑을 보였던 것처럼 배우 이혜영도 전혜진에게는 비슷한 의미를 가졌다.  

“이혜영 선생님은 실제로도 짝사랑하는 것 같았어요. 선생님 연기하실 때 숨죽여서 지켜보고 선생님이 저한테 말 걸어주실 때, 저에 대해 궁금해해주실 때 너무 좋고. 예쁨 받고 싶고 그랬죠. 선생님이 되게 소녀 같으시고 후배들에게 열려 있으세요. 장면 속 캐릭터가 가지는 감정에 대해서 서로 얘기도 잘 하고, 저 역시 단순하게 코멘트를 듣는 게 아니라 넓게 접근을 하게 되더라고요. 혜영 선생님처럼 접근을 하면 단순하게 연기로 표현되는 게 아니라 진한 느낌으로 다가올 수 있구나” 

전혜진은 그렇게 3개월을 차영신의 딸로, 엄마를 사랑하며 살았다. 시청자로서 전혜진 또한 딸의 입장에서 ‘마더’를 봤다고 밝혔다. 그 또한 한 아이를 둔 엄마였지만 더 오랜 시간을 누군가의 딸로 살아왔기에 당연한 일이었다.  

“저는 ‘마더’를 딸의 입장에서 봤어요. 저희 엄마를 많이 떠올리는 계기가 됐죠. (허)율이를 보면서도 율이 어머니에게 시선이 더 가더라고요. 저희 엄마 같아서. 자식이 밤에도 촬영하고 일찍 일어나야 되니까 깨워야 되고, 엄마가 많이 아파도 ‘엄마 힘들어’라고 못하는 그런 부분. ‘마더’ 속 캐릭터는 그렇게 다양한 면에서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을 다 갖췄다고 생각해요. 어떤 면은 내 모습을 보는 것 같아서 반성도 될 거고, 어떤 부분은 잘 알 것 같은 부분이 있을 거고”

1998년 드라마 ‘은실이’를 통해 아역 배우로 활동했던 전혜진은 이날 ‘마더’에서 극의 중심에 서서 연기했던 허율과 다른 아역 배우들에 대한 칭찬도 잊지 않았다. 

“그때는 아역 배우가 지금처럼 보편화 되어 있지 않았어요. 그래서 저 때는 아무래도 어른들 위주로 흘러갔는데 지금은 너무 좋은 환경인 것 같아요. 저 연기할 때는 장난치면 혼나고 그랬는데 이제는 그런 분위기도 아니고 아역이 연기에 임하는 자세도 프로페셔널해요. 오히려 저는 이번에 많이 배웠어요. 특히 율이, 쌍둥이들하고 셋이 연기를 많이 했는데 대본을 보고 연기하는 아이들의 시각이 정말 다르더라고요. 그 자체가 너무 신선하고 좋았어요”

아역들에게 좋은 환경이었던 ‘마더’는 전혜진에게도 마찬가지로 좋은 환경이었다. ‘여자 배우들이 설 자리가 없다’라는 이야기가 숱하게 나오는 방송계에서 극을 이끄는 대부분의 캐릭터가 여자라는 점은 괄목할만했다. 전혜진은 영화 ‘궁녀’(2007), ‘관능의 법칙’(2014) 등 여자 배우들이 중심이 되는 작품에 다수 출연한 바 있다.  

“너무 좋았어요. 제가 운이 좋은 건지 몰라도 저는 여성 캐릭터가 많이 없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상황임에도 여자배우들이 많이 나오는 영화에 출연했고, 드라마도 ‘마더’를 했잖아요. 그런 생각을 많이 했죠. ‘나는 운이 좋구나’. 여배우들이 많이 나오는 작품을 했을 때 좋은 건 의리. 영화 ‘궁녀’ 팀은 아직까지 봐요. 항상 즐거워요. 너무 좋았어요. 오히려 연기 외적인 것에 대한 얘기들도 너무 좋고. 제가 많이 개구지고 장난기가 많은데 언니들이나 선배님들이 봐주실 때 귀여워해주세요. 여자 선배님들이 잘 받아주시거든요. 너무 좋아요(웃음)”

‘마더’에 나오기 전 전혜진을 브라운관에서 만날 기회는 많지 않았다. 결혼 이후 영화에는 몇 차례 출연했지만 대중이 쉽게 인지할 수 있는 드라마 출연은 거의 없었다. ‘마더’ 전 그가 나왔던 프로그램도 드라마가 아닌 ‘싱글와이프’라는 예능 프로그램이었다. 전혜진은 ‘결혼 이후 활동이 뜸했다’는 질문에 “그런 건 아니다”며 웃었다. 

“저는 간간히 영화도 찍었어요. 영화 찍는 게 에너지 소비가 적게 되는 것이 아니고 드라마와 똑같은 데 많은 분들이 방송에 나오는 걸 더 기억에 남는다고 생각해주시더라고요. 때가 안 맞았죠. 제가 일부러 쉬어야지 했던 건 아니지만 너무 하고 싶고, 욕심이 나야 그에 따르는 책임도 질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촬영에 들어간 이상 열심히 하자, 그런데 의미를 많이 두거든요(웃음). 31살이 되니까 10대,20대 때랑 느낌이 많이 달라지기도 했어요. 즐겁게 부딪히는 것보다 책임감을 가지고 필모그래피를 쌓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 그런 이유도 있었죠. 그리고 제가 영화를 하면서 좋았던 것은 영화를 보시는 평론가 분들은 제가 이천희 와이프인지 모르세요. 그냥 그 역할로 봐주시고 평가해주시는 그게 너무 좋았어요”

이천희 와이프로 오랜 시간을 살았지만 그 호칭이 익숙해지기에는 배우로서 살아온 날이 더 길었다. 전혜진도 배우로서 평가 받기를 바랐다. 

“이천희 와이프라는 호칭도 너무 좋지만 연기자로 만난 거니까 제 사적인 부분보다는 연기적으로 평가받고 보여드릴 수 있는 기회가 많아지면 좋겠어요. ‘마더’를 시작으로 활발하게 활동해야 되지 않을까 생각해요. 근데 요새는 무섭긴해요(웃음). 저는 드라마도 좋아하는데 드라마가 실시간으로 기사가 올라오더라고요. 반응이 궁금하고 알고 싶으니까 검색해보는데 실시간으로 반응이 오니까 더 책임감을 가지게 되죠. 쉽게 생각하면 안 될 것 같고. 신기해요”

‘마더’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전혜진은 시종일관 행복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작품 속 캐릭터에 대한 질문에는 막힘없이 긴 대답이 흘러나왔고, 자신이 연기한 캐릭터에 대한 고민도 깊었다. 작품 자체에 대한 애정도 높았다. 자신이 아닌 작품 속 캐릭터에 관심을 가져주는 게 행복하다는 그 한 마디 말은 배우 전혜진의 연기를 더 궁금하게 만들었다. 

전혜진의 ‘마더’는 끝이 났다. 하지만 ‘마더’를 시작으로 그는 새로운 지향점을 찾았다. 

“저는 올해가 가기 전에 ‘마더’처럼 즐겁게 촬영하고, 좋은 사람들을 알아가는 작품을 또 만나고 싶어요. 20대 때는 일을 많이 하지 않았던 부분에 대해서 안타까워하는 시선이 많았어요. 스스로도 어쨌든 갈증이 있었는데, 30대가 되고 ‘마더’를 시작하면서 더 욕심이 생겼어요. 촬영장에 가고 싶고, 현장이 너무 좋아졌어요. 그래서 최종 목표는 오래가는 배우예요. 앞날은 알 수 없겠지만, 그래도 오랫동안

<출처: 시크뉴스  /  사진: 레젤이엔엠>